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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정 위기와 유로존의 전망, 노동운동과 좌파의 대응
정병기
『레프트대구』 제4호(2011년 겨울), 89~112쪽.
요즘 유럽은 도가니다. 유럽연합의 경제적 지주인 유로존(17개 유로화 도입 국가들의 경제통화동맹 EMU)이 출범 10여 년 만에 심각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010년 아일랜드와 그리스 그리고 2011년 포르투갈이 구제 금융을 신청해 EU와 IMF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했고,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제외한다는 논의까지 나왔다. 그 여파가 재정 불량 국가들인 이른바 ‘피그스’(PIGS: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때로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PIIGS라고도 함) 국가들뿐만 아니라 유로존 주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그에 따라 유로존은 이미 초기에 가입조건을 완화했으며 이제는 공동 펀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 글은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과 흐름을 진단하고 이 위기가 노동자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며 더 나아가 유럽의 노동운동과 좌파들의 대응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에 앞서 유럽 통합과 유로존 성립 과정을 먼저 살펴보는데, 그것은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이 유럽 통합과 유로존 성립 자체에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유로존, 작은 세계화의 현상들1)
유럽 통합의 이상주의적 기원은 18세기 칸트(Immanuel Kant)와 19세기 위고(Victor Hugo)의 평화적 연방제 구상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질적 기원은 1951년 창설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다.2) ECSC의 성격은 특정 상품(석탄과 철강)에
대해 관세와 쿼터제를 철폐함으로써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자유교역지대를 창설하고 더 나아가 역외 수입에 공동 관세율을 적용하는 관세동맹이다.3) 이와 같이 유럽통합은 특정한 재화나 용역에 대한 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에서 태동하였다.
ECSC 창설 이후 가시화된 두 번째 통합 노력은 1958년 설립된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다. EURATOM이 더 초국적인 기구들을 갖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ECSC처럼 부문별 통합의 일환으로 창설된 것이라면, EEC는 보다 포괄적인 경제 통합이라는 의미에서 유럽 통합의 전체 맥락과 관련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이 과정은 1967년에 ECSC,EEC, EURATOM이 ‘유럽공동체(EC)’로
재편되어 각 공동체마다 중복적으로 존재하던 기구들이 하나로 통합됨으로써 정치 통합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EC가 ‘집행위원회’, ‘각료회의’, ‘유럽의회’ 및 ‘유럽법정’을 구성하여 정치적 메커니즘의 기본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통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음에도 정치 통합은 아직 태동기 상태였다. 반면 경제 통합의 진척은 획기적이었는데, 당시 탈냉전과 데탕트 및 유럽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힘입어 1968년까지 관세동맹이 완전히 실현되고, 유럽 차원의 대외 무역
정책과 공동 농업 시장이 실현되었다. 농산물에 대한 공동의 정책과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관세동맹의 차원을 넘어선 재화, 용역, 인력과 자본의 자유로운 교류를 목표로 한 ‘공동시장’을 구축한다는 구상이 핵심이었다. 이제는 특정한 재화나 용역이 아니라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한 이동 규제를 철폐하는 단계였다.
한편, 정치 통합의 태동도 점차 활기를 얻어 1973년에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이 참가하고 1981년에는 그리스가 참가함으로써 통합의 외연 확대로 이어졌고, 1979년에는 유럽의회 선출이 직접선거제로 전환되는 등 민주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경제 통합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시기는 정체와 위기의 시기였다. 1973~75년과 1980~82년의 세계 자본주의 위기로 인해 유럽 국가들간에도 불균등 발전과
통화 불안정이 심화되자 유럽 각국은 자구 노력에 집중했고 그 결과 정치 통합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 통합은 1985년 이후 수많은 정부 협상과 제안들 및 ‘체키니(Cecchini) 보고서’를 통해 다시 가동되었다. 특히 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 백서인 체키니 보고서를 통해 준비되어 이듬해 조인되고 1987년에 발효된 ‘단일유럽의정서(SEA)’가 1992년 말까지 시장통합을 통해 공동시장을 완성한 후 장기적으로 단일시장화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확정한 것이 새로운 계기였다. 단일시장화란세관과 이민 등
국경을 통제하는 물리적 장벽을 해소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최저부가가치세(15%)를 적용하여 재정 장벽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위생ㆍ환경ㆍ안정 등에 대한 규제의 차이라는 기술 장벽도 허문다는 것이다.4) 경제 통합을 중심축에 두는 유럽 통합 과정을 볼 때 이러한 SEA 조인은 획기적 전환이었으며, 이 전환이 시장 통합을 중심으로 유럽 통합 과정이 재촉진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한
것이다. 공동시장이 국경을 가정하는 개념이라면 단일시장은 국경 없는 통일된 시장을 가정하는 개념이다.
단일시장 구현의 목표는 1993년에 발효된 유럽연합(EU)조약에 따라 유럽공동체(EC)가 유럽연합(EU)으로 전환하는 정치적 토대 구축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따라서 1991년 마스트리히트(Maastricht)에서 합의되고 1993년에 효력을 발생한 유럽연합조약(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경제 통합을 위한 정치 통합의 획기적 발전이자 지역 블럭으로서 작은 세계화의 급속한 재촉진이라고 할 수있다. 더욱이 이러한 목표를
위해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외교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1987년 SEA에 따라 각료회의에 가중다수결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유럽의회의 기능을 강화하였다. 물론 외연 확대도 눈에 띄게 진척되어 1986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리고 1995년에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이 가입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불균등 발전기에 거래 비용의 국가간 불평등 분배가 더욱 심화되자 약소국과 강대국은 각자 그에 대한 대처 능력에 있어 ‘취약’하거나 ‘민감’한 상황에서 모두 이를 제한하고자 다시 통합을 촉진했다고 불 수
있다.5)
1990년 중반 이후 한층 순조롭게 진행된 통합과 확대 과정은 경제 통합을 위한 정치 통합의 성격을 더욱 잘 보여준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경제 통합 목표가 확고해지면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을 통해 유럽경제공동체와 공동외교안보정책 및 공동치안사법정책이라는 세 기둥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가중다수결제도의 재차 확대와 유럽의회의강화를 통해 민주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는 정책이 취해졌다.6) 또한 2002년 이후 EU는 중ㆍ동유럽 지역으로 대폭 확대되어 2007년에 총 27개국을 통합하였으며, 2050년까지는 4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7) 이러한 과정은 문화적ㆍ정치적
동일성을 심화하여 정치적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EU 중심 국가들의 경제적 확대를 위해 지역 블록을 확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EU 외부의 인접 국가들은 대개 취약한 국가들로서 가입할 경우와 가입하지 않을 경우 모두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지만, 가입하지 않을 때 손해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유럽 통합은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 정체기에 이르기까지 경제 통합을 위한 정치 통합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그 연속성 속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지구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작은 세계화’로 재촉진되었다. 이 ‘작은 세계화’는 지구적 차원에서 세계화에 대항하는 지역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유럽 차원에서 새로운 경쟁 블럭을 형성하여 역내 국가들을 통합해나감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경제적 효율성 제고와 영향력 확대를 두고 타경제권의 세계화 전략과 경쟁하고 그에 저항하면서 역내에서는 또 다른 세계화를 추진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로드맵에 따라 유럽통합은 관세동맹에서 공동시장으로, 공동시장에서 다시 단일시장으로 전환되는 규모의 경제와 경제적 효율성의 극대화에 치중했다. 물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제정한 사회헌장 등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하려고도 했으나, 위와 같은 진행에 따라 사회적 형평성 목적은 점차 희생되는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유럽 통합을 작은 세계화로 볼 때, 유로존은 유럽연합의 핵심 중의 하나다. 지구적 세계화에 노출된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은 자본 이동의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고 그에 따라 환율 안정과 재정 통화 정책의 자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유로존의 선택은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곧, 유럽 권역 내에서는 자본의 이동을 허용하고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도입하여재정 통화 정책의 자율성을
포기하되 환율 안정을 기하는 한편, 세계적으로는 자본의 이동을 유럽 단위가 중심이 되어 통제하는 효과를 추구함으로써 유럽 차원의 재정 통화 정책적 자율성과 환율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8) 유로존은 유럽연합 건설 6년 후인 1999년에 11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핀란드, 베네룩스 3국, 아일랜드)으로 출범해 이후 차례로 그리스,
슬로베니아, 사이프러스, 몰타, 슬로바키아가 가입하고 2011년에 마지막으로 에스토니아가 가입함으로써 현재 17개국을 포괄하고 있다.
피그스(PIIGS) 국가들의 재정 위기와 위기의 연쇄 작용
최근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1990년대 이후 중남미 위기와 유사하게 정부에 의한 채무 누적이 지역적 혹은 국제적 차원의 심각한 금융 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여기에서 재정 위기는 공공채무의 과도한 누적으로 채무의 일부 혹은 전액 상환이 어려워지는 형태로 표면화되는 공공채무 위기(public debt crisis)를 말한다.9) 공공채무 위기가 심화되면 채무불이행(default) 혹은 부채 삭감이나 상환 기간 연장 등과 같은 채무재조정(restructuring) 상태에 이르게 된다. 재정 위기를 판단하는 데에는 공공채무의 절대적 규모나 GDP 대비 재정수지보다는 국내외 조달 비율이나 만기 구성 등의 측면에서 공공채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특히 피그스 국가들과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재정적자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채무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정수지만으로 정부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공채무가 주로 대내채무(domestic debt)로 구성된 경우에는 공공채무 위기가 국민경제 전반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만 발생하고 국제 금융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공공채무의 상당 부분이 대외채무(external debt), 즉 외채인 경우에는 대부분 외채 위기나 통화 위기로 발전되어 국제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외채 위기가 공공채무 누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위기로 발현되는 것은 공공채무 누적으로 디폴트 위험이 증가될 때지만, 위기 가능성이 반드시 공공채무의 규모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2009년 말 주요국 중 GDP 대비 공공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192%)과 싱가포르(118%)며, 그 수준이 그리스에 비해 훨씬 높았지만 금융시장에서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피그스 국가들의 경우에도재정적자 비율은 2010년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아일랜드와 그리스가 각각 14.3%와 15.4%로 가장 높았고, 2011년에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한 포르트갈(10.1%)과 곧 재정 위기가 파급될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11.1%)이 그 뒤를 이었지만, 역시 곧 위기가 파급될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는 5.4%여서 프랑스의 7.5%보다 낮았다(<표 1> 참조). 또한 공공채무 비율도 대부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2007년부터 이미 100%를 넘었다(<표 2> 참조). 반면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2010년에 100%를 넘었으며, 스페인은 항상 유로존
평균보다 낮아 2012년에도 71.0%로 예상되는 데 불과했으며, 동구권 국가들은 더욱 작게 나타났다. 공공채무 비율도 벨기에와 프랑스 등이 문제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이 국가들은 적어도 아직은 거의 문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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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유로존(EMU) 17개 회원국의 연도별 재정수지1) 추이(2007∼2011)
|
|
EMU 회원국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2)
|
20122)
|
|
벨기에
|
-0.2
|
-1.3
|
-5.9
|
-4.1
|
-3.7
|
-4.2
|
|
독일
|
0.2
|
0.1
|
-3.0
|
-3.3
|
-2.0
|
-1.2
|
|
에스토니아
|
2.6
|
-2.8
|
-1.7
|
0.1
|
-0.6
|
-2.4
|
|
아일랜드
|
0.1
|
-7.3
|
-14.3
|
-32.4
|
-10.5
|
-8.8
|
|
그리스
|
-5.1
|
-9.8
|
-15.4
|
-10.5
|
-9.5
|
-9.3
|
|
스페인
|
1.9
|
-4.2
|
-11.1
|
-9.2
|
-6.3
|
-5.3
|
|
프랑스
|
-2.7
|
-3.3
|
-7.5
|
-7.0
|
-5.8
|
-5.3
|
|
이탈리아
|
-1.5
|
-2.7
|
-5.4
|
-4.6
|
-4.0
|
-3.2
|
|
룩셈부르크
|
3.6
|
3.0
|
-0.9
|
-1.7
|
-1.0
|
-1.1
|
|
네덜란드
|
0.2
|
0.6
|
-5.5
|
-5.4
|
-3.7
|
-2.3
|
|
오스트리아
|
-0.4
|
-0.9
|
-4.1
|
-4.6
|
-3.7
|
-3.3
|
|
포르투갈
|
-2.6
|
-3.5
|
-10.1
|
-9.1
|
-5.9
|
-4.5
|
|
슬로베니아
|
0.0
|
-1.8
|
-6.0
|
-5.6
|
-5.8
|
-5.0
|
|
핀란드
|
5.2
|
4.2
|
-2.6
|
-2.5
|
-1.0
|
-0.7
|
|
말타
|
-2.2
|
-4.5
|
-3.7
|
-3.6
|
-3.0
|
-3.0
|
|
사이프러스
|
3.4
|
0.9
|
-6.0
|
-5.3
|
-5.1
|
-4.9
|
|
슬로바키아
|
-1.9
|
-2.1
|
-8.0
|
-7.9
|
-5.1
|
-4.6
|
|
EMU 17개국 전체
|
-0.6
|
-2.0
|
-6.3
|
-6.0
|
-4.3
|
-3.5
|
|
불가리아
|
0.1
|
1.7
|
-4.7
|
-3.2
|
-2.7
|
-1.6
|
|
체코
|
-0.7
|
-2.7
|
-5.9
|
-4.7
|
-4.4
|
-4.1
|
|
덴마크
|
4.8
|
3.2
|
-2.7
|
-2.7
|
-4.1
|
-3.2
|
|
라트비아
|
-0.3
|
-4.2
|
-9.7
|
-7.7
|
-4.5
|
-3.8
|
|
리투아니아
|
-1.0
|
-3.3
|
-9.5
|
-7.1
|
-5.5
|
-4.8
|
|
헝가리
|
-5.0
|
-3.7
|
-4.5
|
-4.2
|
1.6
|
-3.3
|
|
폴란드
|
-1.9
|
-3.7
|
-7.3
|
-7.9
|
-5.8
|
-3.6
|
|
루마니아
|
-2.5
|
-5.7
|
-8.5
|
-6.4
|
-4.7
|
-3.6
|
|
스웨덴
|
3.8
|
2.2
|
-0.7
|
0.0
|
0.9
|
2.0
|
|
영국
|
-2.8
|
-5.0
|
-11.4
|
-10.4
|
-8.6
|
-7.0
|
|
EU 27개국 전체
|
-0.9
|
-2.4
|
-6.8
|
-6.4
|
-4.7
|
-3.8
|
|
1) 재정수지의 GDP 비율을 의미함.
2) 예측치
출처: European Commission, 2010, Public Finances in EMU 2010, European Economy, no.4, p.14; European Commission, 2011, Public Finances in EMU 2011, European Economy, no.3, p.24.
|
|
<표 2> 유로존(EMU) 17개 회원국 공공채무1)의 연도별 변화(2007~2012)
%, %포인트
|
|
EMU 회원국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2)
|
20122)
|
|
벨기에
|
84.2
|
89.6
|
96.2
|
96.8
|
97.0
|
97.5
|
|
독일
|
64.9
|
66.3
|
73.5
|
83.2
|
82.4
|
81.1
|
|
에스토니아
|
3.7
|
4.6
|
7.2
|
6.6
|
6.1
|
6.9
|
|
아일랜드
|
25.0
|
44.4
|
65.6
|
96.2
|
112.0
|
117.9
|
|
그리스
|
105.4
|
110.7
|
127.1
|
142.8
|
157.7
|
166.1
|
|
스페인
|
36.1
|
39.8
|
53.3
|
60.1
|
68.1
|
71.0
|
|
프랑스
|
63.9
|
67.7
|
78.3
|
81.7
|
84.7
|
86.8
|
|
이탈리아
|
103.6
|
106.3
|
116.1
|
119.0
|
120.3
|
119.8
|
|
룩셈부르크
|
6.7
|
13.6
|
14.6
|
18.4
|
17.2
|
19.0
|
|
네덜란드
|
45.3
|
58.2
|
60.8
|
62.7
|
63.9
|
64.0
|
|
오스트리아
|
60.7
|
63.8
|
69.6
|
72.3
|
73.8
|
75.4
|
|
포르투갈
|
68.3
|
71.6
|
83.0
|
93.0
|
101.7
|
107.4
|
|
슬로베니아
|
23.1
|
21.9
|
35.2
|
38.0
|
42.8
|
46.0
|
|
핀란드
|
35.2
|
34.1
|
43.8
|
48.4
|
50.6
|
52.2
|
|
말타
|
62.0
|
61.5
|
67.6
|
68.0
|
68.0
|
67.9
|
|
사이프러스
|
58.3
|
48.3
|
58.0
|
60.8
|
62.3
|
64.3
|
|
슬로바키아
|
29.6
|
27.8
|
35.4
|
41.0
|
44.8
|
46.8
|
|
EMU 17개국 전체
|
66.3
|
70.0
|
79.4
|
85.5
|
87.9
|
88.7
|
|
불가리아
|
17.2
|
13.7
|
14.6
|
16.2
|
18.0
|
18.6
|
|
체코
|
29.0
|
30.0
|
35.3
|
38.5
|
41.3
|
42.9
|
|
덴마크
|
27.5
|
34.5
|
41.8
|
43.6
|
45.3
|
47.1
|
|
라트비아
|
9.0
|
19.7
|
36.7
|
44.7
|
48.2
|
49.4
|
|
리투아니아
|
16.9
|
15.6
|
29.5
|
38.2
|
40.7
|
43.6
|
|
헝가리
|
66.1
|
72.3
|
78.4
|
80.2
|
75.2
|
72.7
|
|
폴란드
|
45.0
|
47.1
|
50.9
|
55.0
|
55.4
|
55.1
|
|
루마니아
|
12.6
|
13.4
|
23.6
|
30.8
|
33.7
|
34.8
|
|
스웨덴
|
40.2
|
38.8
|
42.8
|
39.8
|
36.5
|
33.4
|
|
영국
|
44.5
|
54.4
|
69.6
|
80.0
|
84.2
|
87.9
|
|
EU 27개국 전체
|
59.0
|
62.3
|
74.4
|
80.2
|
82.3
|
83.3
|
|
1) 공공채무의 GDP 비율을 의미함.
2) 예측치
출처: European Commission(2011),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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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신흥시장국가에서 재정적자나 공공채무의 누적이 위기로 발현되느냐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경상수지 상태 및 대외채무 수준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10) 공공채무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그 규모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공공채무의 상환능력을 의심받게 되어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공채무 위기에 직면한 피그스(PIGS) 4개 국가들은 2000년대에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중 하나 혹은 전부가 악화된 상태였고 공공채무 중 만기가 가까운 외채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표 3>에서 보는 것처럼 1990~98년 대비 1999~2007년 무역 수지는 1.78%p 개선되었으나 경상수지는 3.39%p 악화되었으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2.74%p ~ 8.63%p 악화되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악화 폭이 적어
무역수지 변화와 경상수지 변화가 각각 –1.84%p와 –1.58%p에 머물렀다. 또한 피그스(PIIGS) 5개 국가들을 보면 모두 2009년 말 외채 비율이 60〜75%에 이를 정도로 높았는데, 특히 포르투갈과 그리스는 각각 75%와 67%로 높게 나타났다. 결국 경상수지의 악화와 외채 비율이 높다는 점이 재정 악화와 함께 피그스 국가들의 위기의 원인이 되었으며, 그 수준에 따라 이 국가들 간 심각성의 정도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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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유로존(EMU) 주요 회원국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변화 (GDP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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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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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의 변화추이
|
무역수지 변화
|
경상수지의 변화추이
|
경상수지 변화
|
|
1990∼98
|
1999∼2007
|
1990∼98
|
1999∼2007
|
|
오스트리아
|
0.16
|
3.93
|
3.78
|
-1.38
|
0.36
|
1.71
|
|
벨기에
|
3.48
|
3.79
|
0.31
|
4.32
|
3.84
|
-0.48
|
|
핀란드
|
4.57
|
7.41
|
2.84
|
0.47
|
7.06
|
6.59
|
|
독일
|
0.44
|
3.81
|
3.37
|
-0.54
|
2.24
|
2.78
|
|
네덜란드
|
4.90
|
6.58
|
1.68
|
4.13
|
5.37
|
1.23
|
|
아일랜드
|
12.15
|
13.93
|
1.78
|
1.78
|
-1.61
|
-3.39
|
|
6개국 전체
|
3.35
|
6.58
|
3.23
|
1.35
|
2.88
|
1.52
|
|
이탈리아
|
2.44
|
0.60
|
-1.84
|
0.57
|
-1.01
|
-1.58
|
|
프랑스
|
0.84
|
0.30
|
-0.30
|
0.80
|
0.56
|
-0.24
|
|
포르투갈
|
-7.55
|
-8.63
|
-8.63
|
-2.19
|
-8.76
|
-6.57
|
|
스페인
|
-2.04
|
-3.79
|
-2.74
|
-1.64
|
-5.41
|
-3.77
|
|
그리스
|
-6.95
|
-11.89
|
-4.94
|
-2.39
|
-6.71
|
-4.32
|
|
5개국 전체
|
-0.91
|
-4.68
|
-3.78
|
-0.88
|
-4.27
|
3.39
|
|
출처: Christodoulakis, Nikos, 2009, “Ten Years of EMU: Convergence, Divergence and New Policy Priorities”, Hellenic Observatory Papers on Greece and Southeast Europe, GreeSE Paper No 22, Januar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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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국가의 위기뿐만 아니라 이 위기가 유로존 전체에 파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 위기는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스페인으로 번질 기세다. 스페인은 실업률이 거의 19%에 이르고 주택시장 거품도 꺼지고 있으며 50년만의 가장 심각하고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11)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피그스 국가들의 부채는 유로존의 대표 주자인 독일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과도 큰 폭으로 얽혀 있다. 특히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 물려 있는 익스포저(Exposure: 신용위험 노출액)가 상당한 프랑스의 경우가 가장 먼저 우려되는 국가다.”12) 또한 이러한 위기는 영국, 독일, 프랑스의 세계적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지구적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그림 2> 참조).
<그림 1> 피그스(PIIGS) 국가들의 부채 연결 고리

출처: 『헤럴드경제』, 2010년 5월 6일
<그림 2>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

출처: 『매일경제』, 2011년 8월 12일
위기의 파급은 물론 각 국가의 재정 운영이라는 행위자적 요소에서도 기인하지만 더욱 뿌리 깊은 원인은 경제 체질이 다른 여러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은 데서 오는 근본적인 불일치에 있다.13) 특히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의 경우,
경기가 과열되면서 경제 체질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즉, 단일 통화와 단일 금리를 사용하는 유로존에서 저금리 정책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후진국일수록 과도한 투자 등 경기 과열을 유발하게 되며, 부동산 버블이나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국가들일수록 이 경기과열로 인해 수출 제조업이 쇠퇴함으로써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되풀이된다. 그렇다고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이미 양극화 상태에서 출발한 유로존의 경우 특히 재정위기를 맞은 국가들의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키고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14) 결국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유로존 자체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이미 상대적 약소국의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유로존과 유럽연합의 경제는 행위자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대응과 한계 및 노동자 생활에 미치는 영향
재정 위기의 주요 원인이 경기 과열에 따른 과잉 투자 및 무리한 재정 지출이라는 점 외에 유로존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태생적 한계라는 점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다만 개별 국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하는 등 행위자 요인에 초점을 두고 대안을 강구하며 유로존의 구조적 한계를 경시하는 입장이 구조적 한계를 강조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입장과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과잉 투자와 무리한 재정 지출의 요인에 대한 진단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한 유로존의 대응은 일정한 구조 개혁을 동반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15) 곧,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유로존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구제 금융의 총액을 증액하면서
유럽연합은 2010년 5월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 European Stabilization Mechanism)’이라는 명칭으로 총규모 7,5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 금융 기금을 IMF와의 협력 하에 설치하였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2월에는 ‘제한된 범위의 조약 수정’이라는 절차에 따라 리스본 조약을 수정하고 이 수정된 조약을 2013년 1월 1일을 기하여 발효시키고 6개월 후에는 영구적으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 첫째 의미는 위기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 사이의 거시경제 불균형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정책 거버넌스의 개혁을 실시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둘째 의미는 특정 회원국에서 금융 재정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이 위기가 유로화 체제 전체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유럽 안정 메커니즘을 새로이 영구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ESM은 강화된 거시경제정책 감시 제도를 보완하는 정책 수단으로서 위기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구제금융 지원 국가에게 경제 정책과 재정 정책상 매우 강력한 구조조정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16) 그리고
국가 부도 시에 부도국 채권을 보유한 은행, 보험사 등 민간 투자자들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집단행동조항(CAC: Collective Action Clause)이 ESM의 핵심 수단의 하나로 도입된다. 또한 유동성 위기와 국가 부도 위기를 구분하여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접근방법을 취하게 된다. 즉, 유동성 위기의 경우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연계해 구제 금융을 제공하며, 민간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다. 반면 국가 부도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는 일시적 유동성을 제공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민간 투자자들과 부도 국가가 포괄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합의하는 내용의 ‘집단행동조항’을 적용한다.
이러한 조치는 유로존의 기존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서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를 더욱 엄격하게 강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곧 유럽연합과 유로존은 최근 재정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은 점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국가들의 경우도 지원의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사항을 준수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그리스의 경우, 지난 2010년 5월 EU와 IMF가 공동으로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기에 앞서, 정부가 이를 위해 GDP 대비 11%인 약 3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하면서, 부가가치세 인상, 공공부문 임금 및 연금 삭감, 정년 연장, 탈세에 대한 강력한 집행, 군사비 지출 억제, 공기업 민영화 등을 약속했다.17) 이중 탈세 방지와 군사지 지출 억제는
국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으나, 나머지 정책들은 유로존 성립 초기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을 지속하는 것으로서 국민들, 특히 노동자들의 생활을 압박하는 조치에 속한다. 그리스 정부 역시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을 국가 재정의 방만한 운영에서 찾고 특히 사회복지비의 과도한 지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18) 포르투갈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 국방비 삭감, 증세 등으로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GDP의 3% 이내로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탈리아 정부는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하는 240억 유로
규모의 긴축 정책을 승인했다. 영국 정부도 2015년 회계연도까지 복지비용 동결과 감축,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공무원 퇴직연금 삭감 등을 포함해 공공부문 감축 150억 파운드와 증세 100억 파운드를 통해 연간 250억 파운드씩 절감하는 재정긴축안을 발표했다. 독일에서도 2014년까지 복지 예산 등 독일 정부 지출을 80억 유로 절감한다는 긴축정책이 공표되었고, 프랑스 정부 역시 최근 60세 정년을 2018년까지 62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올해 8%에 달한 예산 적자율을 2013년까지 유럽연합의 규정에 맞게 3%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그리스를 비롯한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사회복지비 지출에서 주로 비롯되었다는 진단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과거 이탈리아처럼 보스 정치인들이 복지 예산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남용한 것처럼 비효율적인 복지 재정 운용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복지국가 자체에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적절한 진단이 될 수 없다. 그리스의 경우에도 복지비 지출이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19) 앞에서 밝힌 것처럼 방만한 재정 운영은 분명 위기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로 추진된 유럽통합에 있으며, 그 핵심인 유로존의 구조 자체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비단 이번 재정 위기뿐만 아니라 유럽통합 초기부터 대부분의 국가들은 ‘안정 및 성장 협약’을 바탕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인플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을 옥죄어 왔다.20) 최근 재정 위기를 계기로 복지국가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다시 강화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 및 좌파들의 대응과 유로존의 전망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21) 특히 피그스 국가들은 파업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에서 공공 및 민간부문 노조가 지난해 200만 명이 넘게 참가한
총파업에 돌입해 공공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으며 올해에도 국민투표가 언급되고 총리 신임 투표가 실시될 정도로 노동자들의 저항은 거세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의 노동자들도 사회안전망의 축소에 저항하며 사회적 유럽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유럽연합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 차원에서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노출된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 항공교통 관제기관 소속 5개 노조는 자국의 항공교통 관제업무를 유럽 국가들과 통합하려는 정부방침에 반발하여 이틀간
파업을 벌였으며, 독일 공공부문 노동자들로 대연정의 복지정책 축소에 항의해 집단 행위를 간헐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재정 위기와 그 해결책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극단적인 경우 디폴트를 선언해 외채 상환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22) 적어도 재정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출발한다.
정당 활동 중심의 좌파조직들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대응을 유럽의회의 주요 정당그룹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23)
우선, 유럽사회당그룹(Party of European Socialists, PES)의 케인스주의적 불황 대책의 범주에서 공동의 강력한 정부 조치만이 신뢰를 회복시키고 기업과 소비자로부터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유럽 차원의 경기 부양 예산, 금융 위기 극복 곤란 회원국 지원, ‘리스본 전략’과 ‘경제 및 고용 지침’ 같은 기존 유럽연합 합의 활용 등을 요구하는한편, 책임성 있고 안정되며 공평한 새로운 전 지구적 금융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브레튼우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좌파당/녹색당그룹(European United Left/Nordic Green Left, EUL/NGL)은 은행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핵심 주장으로 한다. 토빈세를 예로 들어 투자 및 무역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자본 이동을 통제와 과세의 대상으로 하고, 신용 및 금융 시스템을 포함한 공공재와 전략적 경제 부문들은 사회화(국유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전 유럽 차원에서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재구축하고, 공공재와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공공 소유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 등 소수 급진좌파정당 그룹인 반자본주의유럽좌파그룹(Anti-Capitalist European Left)은 사회주의적 국유화를 기조로 한다. 경기 침체에 맞서는 긴급 공공사업 프로그램으로서 녹색 뉴딜을 주장하며, 풍력, 조력, 태양광 등 지속 가능한 공공 에너지 인프라 건설과 지속 가능한 새로운 공공 운수 시스템 구축을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제시한다. 유럽 차원을포함한 위기 대응 프로그램으로서는 민중을 대상으로 하는 구제 금융 제공, 사회적 덤핑 반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공격 반대와 부유층 과세를 통한 수호 등을 요구한다.
이와 같이 노동운동의 저항과 좌파들의 대응은 다소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중 케인스주의적 입장에서 기존 유럽연합 내의 개혁을 추구하는 온건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유럽사회당그룹을 제외하면 다른 두 그룹들의 주장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재정 긴축 및 연금이나 임금 등 노동자 복지에 대한 모든 삭감을 반대하고, 둘째, 급진적이고 누진적이며 재분배적인 세금 체계도입 및 (금융) 자본을 통제하며, 셋째, 은행과 기업의 국유화 혹은 사회화와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고, 넷째, 구제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감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24)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전개 과정을 볼 때 근본적 개혁 주장이 수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된 유럽합중국에서 각인이 자유와 발전을 누린다는 유럽연합의 이상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하나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이미 자기모순을 안고 있었고, 국가간 불균등발전에 의해 그 정체(停滯)도 정해진 수순이다. 최근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이러한 수순이 가시화된것으로 유럽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25) 유럽 통합과 유로존의 성립이 지구적 세계화에 대한 작은 세계화로서 자본 경쟁의 구조적 산물이라면, 최근 재정위기는 유럽연합이나 유로존 내에서 전개되는 자본 갈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유로존의 위기는 회원국 정부들의 개혁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게다가 그 개혁의 방향이 위기를 초래한 유로존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시정하지 않은 채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의 미래는 각국 정부의 개혁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지구적 세계화라는 도전과유로존 내부의 자본간 혹은 국가간 갈등에 달려 있다. 외부 도전이 강하면 위기와 갈등을 잉태하고도 통합을 유지해 나갈 수 있지만, 외부 도전이 약해지면 내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며 그에 따라 위기 해결책을 둘러싸고 그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유로존이 해체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리스나 아일랜드처럼 경제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유로화와 자국 화폐의 환율 차이를 감당해 낼 수 없고, 더욱이 외채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는 그동안 유로화를 통해 회계가 이루어졌으므로 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26) 그러나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일정한 재정 위기가 존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탈퇴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탈퇴를 결정할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로존의 지속 전망은 유로존 내 강대국들 및 그 거대 자본의 이해관계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로존의 개혁은 유럽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요구되고 추진되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유로존이 강대국과 거대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며, 특히 피그스 국가들처럼 이미 위기에 빠진 상대적 약소국의 저항만으로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로존의 모순은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거대 자본과 노동자들 사이에 오히려 더 뚜렷하고 근본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유로존의 근본적 개혁은 강대국의 노동자들을 포함해 유로존의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해 요구하고 추진해 나감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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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병기, 2005, “세계화와 유럽통합: '작은 세계화' 유럽통합과 유럽시민들의 반응,” 『EU학연구』 제10권 1호(한국EU학회), 123~147쪽; 정병기, 2010a, “금융세계화와 국제금융위기 및 G20 활동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 미필적(未必的) 행위자 EU,” 『국제문제연구』 제10권 2호(국가안보전략연구소), 39~67쪽; 정병기, 2010b,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 유럽연합의 위기,” 『문제는 자본주의다』 제21호를 재구성.
2) 이호근, 2003, “유럽연합(EU),” 한종수 외, 『현대유럽정치』(서울: 동성사), 247~250쪽 참조.
3) 장홍, 1998,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이해』(서울: 고원), 34, 38쪽.
4) 강원택ㆍ조홍식, 1999, 『유럽의 부활』(서울: 푸른길), 237~238쪽.
5) Keohane, Robert and Joseph Nye, 1977, Power and Interdependence: World Politics in Transition (Boston: Little Brown and Company) 참조.
6) Fritzler, Marc und Günther Unser, 2001, Die Europäische Union (Bonn: 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S.28~30.
7) Breuss, Fritz, 2008, “EU und Globalisierung,” Wirtschaftspolitische Blätter, H.3, S.574.
8) ‘삼위일체 불가능설’로 알려진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는 Obsfeld, Maurice, 2000, “International Macroeconomics: Beyond Mundell-Fleming Modell,” A paper represented at the First Annual Research Conference o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November 9-10, Washington D.C.. http://emlab.berkeley.edu/users/obstfeld/ftp/mundell-fleming/mundell-fleming.pdf; Cohen, Benjamin, 1993, “The Triad and the Unholy Trinity: Lessons for the Pacific Region,” Higgot, Richard,
Richard Leaver and John Ravenhill, Pacific Economic Relations in the 1990s: Cooperation or Conflict (Boulder: Lynne Reiner) 참조.
9) 재정 위기의 의미에 대해서는 박복영ㆍ양다영, 2010, “유럽 위기를 계기로 본 재정위기의 원인과 가능성,” 『KIEP 오늘의 세계경제』 제9권 14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1~8쪽을 주로 참조.
10) 박복영ㆍ양다영(2010), 6쪽 참조.
11) “그리스 위기, 스페인에 비하면 경량급”,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226085728(검색일: 2011.11.13.).
12) 이정구, 2011, “유럽과 미국의 재정 위기,” 『진보평론』 가을호, 187쪽. 아래 그림들을 이용한 파급 경로에 대해서도 이 논문 참조.
13) 김종희, 2011,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에 대한 실증분석: 유로 존(Euro-zone) 국가들의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을 중심으로,” 『재정학연구』 제3권 4호, 116~117쪽.
14) 실제로 2011년 4월 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응하여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함에 따라 금리인상이 이어질 경우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주간 금융브리프』, 2011, 제20권 17호, 18~19쪽). 또한 5월 13일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iion)의 발표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의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가을보다 각각 0.4%p, 0.2%p 상향 조정된 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전망치는 각각 0.5%p, 1.2%p 하향 조정되어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주간 금융브리프』, 2011, 제20권 22호, 17쪽).
15)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한 유로존의 대응에 대해서는 박성훈, 2011, “최근 EMU의 체제위기 분석과 향후 전망,”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연구 working paper, 30~31쪽 참조.
16) ESM에 대해서는 European Commission, 2010, “European Stability Mechanism (ESM) - Q&A”, MEMO/10/636, Brussels, 1 December를 참조.
17) 오태현, 2010, “그리스 구제금융 승인과 남유럽 재정위기 전망,” 『KIEP 지역경제정책 포커스』 제4권 20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1쪽.
18) 기타 국가에 대해서는 장상환, 2010, “경제위기와 유럽의 좌파 정치,” 『마르크스주의 연구』 제7권 3호(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16쪽을 참조.
19) Davanellos, Antonis, 2010, “Crisis, austerity and class struggle in Greece.” International Socialist Review, issue.73, http://www.isreview.org/issues/73/feat-greece.shtml.
20) 이러한 입장에서 이정구는 “유럽 내 교역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서 공동의 보조를 맞추려는 것”을 유럽통합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보기도 한다. 이정구, 2011, “다시 불거지는 유럽 재정 위기,” 『마르크스21』 제9호, 307~308쪽.
21) 정병기(2010b).
22) “유럽의 재정 위기와 그리스 노동자 투쟁,” 니코스 루도스, 조셉 추나라 인터뷰, 『마르크스21』 제7호(2010년 가을), 47쪽.
23) 장상환(2010), 17~20쪽 참조.
24) Onaran, Özlem, 2011, “An internationalist transitional program towards an anti-capitalist Europe: A reply to Costas Lapavitsas,” International Viewpoint, IV Online magazine IV435, http://www.internationalviewpoint.org/spip.php?article2096.
25)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유럽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설명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채만수, 2010, “유럽 재정 위기, 그 의미,” 『정세와 노동』 제58호(노동사회과학연구소), 9~24쪽을 참조.
26) 안병억, 2011, “유로존 붕괴할 것인가: 獨•佛 등 위기대응 메커니즘 정비 중,” 『조선』 통권 제373호, 276~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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